글쓰기 챌린지/매일 10분 글쓰기
6일차 - 글쓰기 좋은 질문 642/ 32번째
흰둥이언니
2019. 11. 22. 06:10
32. 한 남자가 40층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그런데 28층을 지날 무렵 핸드폰 벨소리를 듣고
뛰어내린 것을 후회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40층은 꽤 높았다. 깜깜한 밤하늘과 달리 내려다보는 도시는 불빛들로 복잡했다.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었다. 그냥 문득 이 난간에 기대서 밖을 바라보려고 했던 거다. 차가운 밤공기는 숨을 들이 쉴때마다 가슴으로 들어와서 후비고 지나갔다. 실직한지 벌써 1년이 다되가지만 아직도 일을 못구하고 있다.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는 딸의 책가방과 학원비도 애엄마의 아르바이트 월급에서 사야할꺼 같다. 불쑥 화가 났다가 이내 슬픔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이눈에서부터 배까지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그래 어쩌면 짐같은 내 존재를 덜어주는게, 사랑하는 아내와 딸에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난간에 올라섰다. 40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의 순간들이 정말 영화처럼 스쳐지나갔다. 아 사랑하는 어머니, 어머니께서 생일마다 해주시던 소고기 무웃국을 한 입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뜨거운 고깃국물이 얼어붙은 속을 녹여줄 것 같았다. 나는 그대로 몸을 기울였다. 질끈 감은 눈위로 차가운 바람이 때리며 지나간다. 시끄러운 경적소리 도시의 소음들도 귓가에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28층을 지날 무렵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빠 전화받어~ 아빠 전화받어~' 딸에게만 특별 지정해 놓은 벨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