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추천함

[책리뷰] 글의 품격 / 이기주 지음

흰둥이언니 2019. 12. 10. 21:47


저자는 소중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건네듯 글을 써나갈 것이라고 했어요.

글의 향기는 정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말은 금새 날아가는 향수 같다면 글은 방에 둔 방향제 같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 향기를 까먹을만 할때 또 꺼내 읽으면 금새 킁킁 냄새를 맡을 수 있어요.

저는 누군가 준 손편지들을 모두 버리지 않았어요. 이사를 숱하게 할때도 제일 먼저 챙기는 물건 중 하나죠. 그 사람 마음인 거 같아서 버리기가 죄스럽고, 또 너무 소중한 추억들 그 자체인듯 해서요.

다 잊고 살다가도 어느날 꺼내어 읽으면 또 금새 눈시울이 젖고, 특히 아빠가 생일용돈 봉투에 써준 짧은 편지는 진한 향기로 한동안 멍하게 합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깊이 있는 문장은 그윽한 문향을 풍긴다. 그 향기는 쉬이 흩어지지 않는다. 책을 덮는 순간 눈 앞의 활자는 사라지지만, 은은한 문장의 향기는 독자의 머리와 가슴으로 스며들어 그곳에서 나름의 생을 이어간다. 지친 어깨를 토닥이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꽃으로 피어난다.’

동감하고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글쓰는 생활을 엿보면서 글쓰기에 대한 팁을 얻었어요.

잘 쓰기보다 잘 느끼는 게 중요함.

주변과 타인을,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관찰하는 것,

더 쓰기보다 덜 쓸것,

글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제를 중심으로 든든히 잡고 있을 것,

퇴고는 곧바로 하기보다 시간과 거리를 두고, 또 낭독해보기,

모호함을 걷어내고 정확성을 찾는것.

등 입니다.

저자는 어머니의 사랑을 닮은 글을 쓰고 싶다고 했어요. 어머니의 마음은 뭘까요?
저는 엄마의 사랑을 생각할 때, 취직의 쓴 고베를 연거푸 마시던 저에게 어느날 사주신 돈까스를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힘내라는 말보다 더 힘이 났어요. 히끼꼬모리처럼 집에서 우울함에 젖은 제가 꼴보기 싫을만한데 엄마 눈엔 그냥 안쓰러운 딸일 뿐이었나봅니다.

저자는 그의 글을 읽는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싶었다고, 지친 어깨를 토닥이는 글을 쓰고 싶었나봐요. 그 소원 그대로 저는 책 읽는 동안 많이 위로받았습니다.

책에 나온 예화를 하나 옮기고 글을 맺을께요.

어느 왕국에 아름다운 여인이 살았다.
사내들은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애썼다.
노모와 함께 사는 한 남자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마을 어귀에서 작은 푸줏간을 했다.
여인을 향한 연정은 그의 마음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되어 종일 굴러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여인과 마주친 사내는
감춰온 마음을 내보였다.

"내 마음을, 내가 지닌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남자가 내게 사랑을 고백했어요. 다들 진귀한 보물과 희귀한 동물을 가져왔지만 내 마음은 요동하지 않았습니다. 흠, 정말 특별한 것을 보면 내가 흔들릴지도 모르겠네요."

"특별한 것이라면.."

"혹시 당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의 심장을 가져올 수 있나요?"

"제가 가능 아끼는 사람은 제 어머니인걸요.."

"당신이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릴 수 있다면 나는 다른 남자들의 구애를 물리치고 당신의 청혼을 수락할게요."

사랑에 눈이 먼 사내는 그날 밤 짐승으로 돌변했다.
어머니가 잠든 사이 심장을 파냈다. 동이 트자마자 아머니의 심장을 들고 여인을 만나러 뛰어가던 그는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때였다.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심장에서 울음기 섞인 어머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들아, 어디 다쳤느냐? 천천히 가거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