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끝나지 않은 여행 / M 스캇. 팩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읽고 매우 감동받아 다음 시리즈들도 열심히 찾아서 읽었다.
다음은 <끝나지 않은 여행>이다. 작가는 전작을 쓸 때까지만 해도 선불교도 였으나, 이후 어떤 계기로 기독교로 개종한다. 이 책은 기독교적인 생각들이 많고 종교적인 색체가 강해서 몇몇 이들에게는 비호감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한번쯤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책 내용 중에 인상깊었던 것은 역시 평소 내가 관심있거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부분들이었다. 우리는 사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들만 본다.
첫번째는 비난 게임이었다.
게임을 그만두는 유일한 방법은 그만두는 것이다.
비난 게임의 중단을 용서라고 부른다. 용서야말로 비난게임을 멈추고 끝내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끝나지 않은 여행 / M 스캇. 팩
사람들과 관계에서 특히 가족간에 비난게임이 왕성할 수 있다. 부모님은 자식을 향해 자식은 부모를 향해, 서로의 인생을 망친 주범을 찾아 원망을 쏟는다. 하지만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비난게임은 끝이 없다. 비난은 아프게 찌르고 찔린 사람은 비명을 지르며 대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괴로운 일을 그만 두는 유일한 방법은 그만두는 것이다. 바로 용서하는 것이다. 용서는 사랑이나 선의처럼 남에게 강요하고 요구할 수 없는 것같다. 본인의 선택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행복을 위해 용서를 선택할 수 있다. 뭉숭그려서 우리 부모님은 날 가끔 때리고 괴롭게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한 좋은 부모님이었어 하고 묻어버린 후 스물스물 상처의 진물이 기어나오게 하기 보다는, 잘못했던 일은 잘못이었다고 직시한 후에 용서를 선언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공포증이었다.
치과에서 여러차례 신경치료를 하는 동안, 숨이 안쉬어진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코와 물이 목으로 넘어갔던지 그랬나보다. 순간 몰려온 공포는 감당이 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손사레를 치며 치료를 몇번이고 중단해야 했다. 이후에 치과에 가야하는게 얼마나 두렵던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땀이 났다. 공포증이나 공황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뭐 그렇게 무섭냐고, 괜찮은 거라고 말하지만 공포를 느끼는 사람의 마음은 그게 아니다.
공포증의 성격에는 공통점을 2가지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첫째 이들은 세상을 아주 위험한 곳으로 여긴다. 둘째, 이들은 약삭빠르게 대쳐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위험한 세상에서 자기 혼자뿐이라고 생각한다. 공포증을 통해 자신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고, 이 세상을 자신이 완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 안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좁히려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럼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즉, 이 세상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으며 적어도 외롭게 혼자 있는게 아니라 신의 은총을 통해서 보호받을 수 잇는 곳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 끝나지 않은 여행 / M 스캇. 팩
내가 공포를 느끼는 장소가 그렇게 위험한 곳인가 생각해봤다. 예를 들어 치과는 좀 아파도 그렇게 위험한 곳은 아니다, 만약 의료진의 실수로 감염이 되거나 치료가 잘못된다면 그곳은 매우 위험한 곳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나는 외롭게 혼자 치료받는 게 아니라 신의 은총을 통해서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은총같은 소리가 별 위안이 안된다면 지나온 날들을 한 번 되돌이켜 보자. 다시 눈을 크게 뜨고 돌아보면 은총이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의 존재에 대해 믿지 않는 이들도 있다. 작가가 칼 융이라는 유명한 심리학자의 이야기를 옮겨 놓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 당시 여든 세살이었던 융은 파이프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뿜고는 이렇게 말했다.
"신을 믿느냐고? 무엇인가가 진짜로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입증할 실질적인 증거물이 없을 때, '믿는다'는 단어를 사용하지.
아니, 난 신을 믿지 않아.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 끝나지 않은 여행 / M 스캇. 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