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추천] 라인 : 밤의 일기 / 조제프 퐁튀스 지음
『라인 : 밤의 일기』는 2019년 프랑스 문단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작가 조제프 퐁튀스의 놀랍고도 흥미로운 첫 소설이다. 조제프 퐁튀스는 2019년 써낸 첫 소설 『라인 : 밤의 일기』로 에르테엘-리르 문학 대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마흔 살에 데뷔하는 소설가에게 [리르] [리베라시옹] [렉스프레스] [피가로] [뤼마니테] [리브르 엡도] [르 푸앵] 등 프랑스 거의 모든 언론이 주목과 관심을 보이는 것은 드문 일이며, 프랑스의 유서 깊은 독서토론 프로그램인 [라 그랑드 리브레리]의 진행자이자 비평가인 프랑수아 뷔넬은 이 작품을 두고 “이런 작가의 탄생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평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라인 : 밤의 일기』는 파리 외곽에서 특수지도사로 일하다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프랑스의 북서쪽 끝단에 위치한 브르타뉴로 옮겨가, 수산물 가공식품 공장과 도축장에서 임시직 노동자로 일하게 된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오직 ‘라인’만으로 텍스트의 리듬을 만들어내며, 공장의 일상이 그러하듯 마침표나 (거의) 쉼표 없이 공장의 생산 ‘라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한 이 이야기는 소설인 동시에 아름다운 서사시이며, 공장 일지이자 작가의 일기로도 읽히는 우리 시대의 비가이다. <Yes24 책 소개 중에서>
읽는 동안 저의 단순 노동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몇년 전 회사를 때려치우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어요. 그 당시 찾은 일자리는 사막의 호텔 청소였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청소를 하노라면 방은 깨끗해져도 제 몸이 걸레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냥 청소하는게 아니라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미친듯이 청소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죠. 일은 고된데, 매니저는 무섭게 닦달하는데, 그때 오히려 마음이 건강해졌었어요. 주인공도 언뜻 말해요. 그렇게 괴롭히던 불안장애가 사라졌다고. 마음이 고되고 아프던게 몸이 고되고 아프면서 괴로움의 포커스가 옮겨지나봐요. 둘다 괴롭지 않은게 정상이겠지만요. 어쨋든.
소개에서처럼 책은 큰 주목과 관심을 받았는데요, 작가가 얼마나 깊이 느낀 감정이었나를 모두가 공감한거 같아요. 또 글의 형식도 특별했어요. 마치 시처럼 문장별로 끊어 적혀 있어서, 리듬을 타듯 작가의 심정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공장에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모습, 공장이 싫지만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 동료들의 무능력함에 분노하면서도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 등 솔직한 심정들이 참 인간답고 공감되었습니다. 상황이 어려울 때 마음은 끝없이 가난해집니다. 가난한 마음은 너무 약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매우 투명하고 진실되죠. 허례허식이 다 떨어져 나가고 알맹이 같은 진심만 남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엄마의 암소식에 털어놓는 미안함과 민망함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저도 엄마의 암을 경험했고, 아직 제 직장이 변변찮아 걱정하는 엄마에게 했던 말과 저를 바라보던 엄마의 눈빛이 생각났거든요. 이렇게 공부 많이 시켜줬는데 고작 이것밖에 못되어 미안하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너무 사실이어서 미안하고 슬펐어요. 그리고 아니라며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은 그저 따뜻하고 슬펐습니다.
해외나 국내나 일자리를 찾는 청춘들의 모습이 꽤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모두 굉장히 힘든 시간을 지난다는 것도요. 작가가 공장 라인에서 결국 좋아하던 글쓰기로 빛을 낸 것처럼, 취준생들 모두 원하는 곳에서 각자의 재능으로 빛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