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 챌린지/매일 10분 글쓰기

16일차 - 글쓰기 좋은 질문 642 185번째 어머니가 준 선물

by 흰둥이언니 2020. 1. 7.

185. 어머니가 준 선물

얼마 전에 엄마가 택배로 옷을 보냈다고 했다. 싼거라고 수줍게 말하는 엄마가 안쓰러웠다. 고향집에 가면 엄마는 쇼파 밑에 쭈그려 기대앉아서 핸드폰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계신다. 옷을 구경하다가, 어느날 그 코트가 나에게 예쁠거 같아서 샀단다. 해외배송이어서 2주는 넘게 걸렸다. 마침내 집에 도착한 옷은 영 내스타일이 아니었다. 엄마가 보내준 사진과는 너무 달랐다. 어떠냐는 엄마의 신나는 목소리에 예쁘다고 중얼거렸는데, 엄마도 낌새를 채린 모양이다. 서운한 엄마에게 미안하고 그 사진 속 모델같지 못한 내 짧둥한 팔 다리가 민망했다. 왜 뜬금없이 코트를 사주셨을까. 아마 최근에 엄마 병원에 악착같이 쫒아가거나, 생일 편지에 사랑한다고 구구절절 쓴게 엄마 마음에 좀 닿았을까.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늘 같았는데, 표현을 그렇게 적극적으로 안 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마음에 담긴 건 어떻게든 묻어나겠지만, 사실은 꺼내서 고백해 주면 더 좋은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사랑의 폭탄을 때리 듯 고백하는 거다. 진심이라면 꽤 효과가 크다. 엄마가 준 선물은 내 방에 고이 개놓은 그 코트 말고도 우리집 곳곳에 있다. 김치 반찬, 그리고 냉장고, 폭염 속 한줄기 빛처럼 온 에어컨, 내가 지금 덮고 있는 극세사 이불 등 셀 수 없다. 한번 세보다가 마음이 먹먹해졌다. 너무 많다. 자취방에는 추울까 더울까 굶을까 걱정한 엄마 손길이 곳곳에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