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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차 - 글쓰기 좋은 질문 642/ 32번째 32. 한 남자가 40층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그런데 28층을 지날 무렵 핸드폰 벨소리를 듣고 뛰어내린 것을 후회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40층은 꽤 높았다. 깜깜한 밤하늘과 달리 내려다보는 도시는 불빛들로 복잡했다.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었다. 그냥 문득 이 난간에 기대서 밖을 바라보려고 했던 거다. 차가운 밤공기는 숨을 들이 쉴때마다 가슴으로 들어와서 후비고 지나갔다. 실직한지 벌써 1년이 다되가지만 아직도 일을 못구하고 있다.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는 딸의 책가방과 학원비도 애엄마의 아르바이트 월급에서 사야할꺼 같다. 불쑥 화가 났다가 이내 슬픔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이눈에서부터 배까지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그래 어쩌면 짐같은 내 존재를 덜어주는게, 사랑하는 아내와 딸에게 .. 2019. 11. 22.
5일차 - 글쓰기 좋은 질문 642/ 24번째 이어서 24. 당신이 생생하게 기억하는 다섯 가지 사건을 써보라. 그중 하나를 골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엄마를 요양원에 데려다 주던 날에 대해 더 써보겠다. 엄마는 편도암 판정을 받았다. 아빠의 장문 톡을 받았던 때 나는 회사 비상구 계단에 있었다. 의사가 한 말과 엄마의 상태를 주욱 나열한 아빠의 톡은 너무 가짜같았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던 걸 멈췄다. 엄마는 수술과 항암, 방사선을 견뎠다. 그 지진한 과정은 엄마를 지치고 마르고 힘들게 만들었다. 엄마는 방사선을 위해 계속 통원치료를 해야 했지만 지방집은 너무 멀었다. 우리는 서울 근처 요양원을 찾았다. 상도동의 그 요양원은 홈페이지 사진과는 너무 달랐다. 사진에서 보던 깔끔한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머리에 형형색 두건을 두른 눈썹 없는 아줌마들은 .. 2019. 11. 21.
4일차 - 글쓰기 좋은 질문 642/ 24번째 24. 당신이 생생하게 기억하는 다섯 가지 사건을 써보라. 그중 하나를 골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엄마를 요양원에 데려다 주던 날, 그 요양원의 분위기, 냄새, 그리고 눈물이 터진 나를 바라보는 엄마. 두번째, 놀이공원에서 길을 잃었을 때 미아보호소에 있던 나를 향해 달려오던 엄마와 언니의 슬로우 모션. 아빠가 내 첫 생리를 축하한다며 어설픈 표정으로 들고 들어왔던 생크림 케이크. 공항에서 날 바래다 주며 울던 언니, 코트를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내가 마침내 비행기를 타러 들어갈 때 언니가 마치 촛농이 흘러내리 듯 얼굴이 울그러지고 빨개지더니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언니의 우는 얼굴을 보는 순간, 마음에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세워 놓은 벽들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 2019. 11. 20.
3일차 - 글쓰기 좋은 질문 642/ 21번째 21. 과거 고등학교 시절, 지금의 당신 삶을 바꿀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때 나는 대학을 반드시 가야하는 줄 알았다. 그때 나는 지금 실패하면 인생이 모두 다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다. 대학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던 날과 다시 합격 통지를 받던 날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그게 전부인줄 알았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인생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 같아서 이번 편에 똥망했다고 마지막화도 실망스럽진 않을 꺼라고. 다음편에서 마냥 행복했다고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없다고. 언제나 반전이 펼쳐질 수 있다고. 내가 지금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과거에 나를 만나 저 이야기를 해주는 것 뿐이다. 그래서 내 생각이 실패에 멈추고 한계속에서 선택하지 않도록, 다시 일어나서 도전할 수 있도록. 나.. 2019.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