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위한 버전이라 그림과 함께 편하게 읽었습니당, 고전이 어렵고 부담스러운 분은 저처럼 어린이버전 읽기를 추천해요.. ㅎㅎ
에밀리 브론테는 가난한 목사의 딸로 작가를 꿈꿧다고 해요. 유명한 '브론테 자매' 중 한 사람으로, 언니인 샬럿 브론테는 '제인 에어'를 썼어요. 언니는 큰 성공을 거둔 반면 에밀리는 그렇지 못했는데요. 그녀는 폭풍의 언덕을 쓴 이듬해 서른살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폭풍의 언덕'은 19세기 말부터 빛을 보기 시작하며 인기를 얻었구요. 지금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미녀와 야수를 상상했었어요. 폭풍이 몰아치는 언덕에 사는 무뚝뚝한 남자 주인공이 그려진 그림을 상상했거든요. 그 남자가 무슨일을 겪고 그렇게 되었는지,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는 잘 감이 오질 않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애절한 사랑이야기 일줄은 몰랐네요. 책은 내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었어요. 모든 등장 인물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상대를 사랑했어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말도 안되는 복수로 자신의 인생을 다 받치기도 하죠. 끝없이 기다리고 끝까지 사랑해요. 제가 아는 사랑과는 좀 달랐어요. 오래된 광고 문구 처럼 '사랑은 움직이고' 사랑할 당시는 아무리 진실해도 자꾸 변해버린다고 생각했거든요. 언제나 나는 나이고, 너는 너여서, 나를 아프게 하는 게 많아질수록 지치고 떠나가 버리죠. 그렇지만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사랑은 그렇질 않았어요. 캐서린은 이렇게 말해요.
.. 다른 사람이 모두 죽어도 그 사람만 있으면 나도 역시 살아 있는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이 모두 살아 있어도 그 사람이 없으면 세상은 차갑게 변하고 말아. 엘렌, 에드거에 대한 내 사랑은 겨울이 오면 모습이 달라지는 나뭇잎 같은 것이야. 시간이 지나면 변하지. 하지만 히스클리프에 대한 사랑은 땅속의 바위야. 결코 바뀌지 않지. 그 사람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살아 있어. 나 자신이 곧 히스클리프야. 그냥 어떤 기쁨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내 마음속에 있어. 그러니까 우리가 헤어진다는 말은 다신 하지 말아 줘.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가 없으니까!” 폭풍의 언덕 | 에밀리 제인 브론테, 김현숙 저 / 리디북스
나 자신이 곧 히스클리프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찌릿한 감동이 있었어요. 어쩌면 누군가를 진짜로 사랑하는 건 내가 그 사람이 되고, 그 사람이 내가 되는 경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상대가 울면 나도 슬프고, 상대가 웃으면 나도 마냥 행복한 거겠죠. 내 세계와 상대의 세계가 합쳐져 하나가 되는 확장의 경험인 것 같아요. 그건 꽤 엄청난 일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경험이 없지만, 만약에 읽으시는 분에게 있다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한번 곱씹어 보심 좋을 거 같아요.
대사들이 너무 주옥같았어요. 그리고 대부분 제 3자에게 털어놓는 형식이어서 은밀하고 더 진실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어요.
하긴 나한테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캐시를 생각나게 해. 흘러가는 구름과 모든 나무, 밤이나 낮이나 눈에 뜨이는 온갖 것 속에서 캐시의 모습이 떠올라. 온 세상이 캐시가 여기 살았었다는 것과 지금은 내가 그 여자를 잃었다는 무서운 기억을 떠올리게 한단 말이야. 헤 폭풍의 언덕 | 에밀리 제인 브론테, 김현숙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캐시가 죽는다면 그 순간부터 나한테는 이 세상이 지옥이니까. 폭풍의 언덕 | 에밀리 제인 브론테, 김현숙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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